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 주민설명회 27일 개최
충분한 여론 수렴 없는 일방적 사업발표 질타
과거 수차례 개발계획 실패에도 책임감 결여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 주민설명회에서 한 지역민이 당국의 부족한 여론수렴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 주민설명회에서 한 지역민이 당국의 부족한 여론수렴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991년 새만금 간척사업 착공 후 현재까지 정부는 주민 의사를 묻지 않고 수차례 일방적으로 개발계획을 밝혀왔다. 그때마다 주민들에게 정부에 신뢰를 보내달라 강조했으나, 모든 계획이 실패했을 때 주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적은 없다. 이제 뜬금없이 새만금 간척지에 태양광·해상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한다는데, 이 역시 주민들을 희망 고문하는 게 아닌가 싶다.”

27일 전북 군산시청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한 지역민의 발언이다. 설명회는 전북·군산시민 등 지역민들이 시청 대강당 최대 수용인원인 1200석을 거의 채워 이 사업에 대한 지역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설명회는 진행됐지만, 우려 섞인 지역민의 목소리도 분명 들을 수 있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은 새만금 지역 38.29㎢(약 1158만평) 용지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태양광 2.8GW와 풍력·연료전지 200㎿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총사업비 약 6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환경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협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비전 선포를 했다.

설명회는 ▲새만금 재생에너지사업계획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계획 및 기대효과 ▲질의응답 등 주로 전라북도와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이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는 애초 정해진 한 시간에서 삼십 분을 넘기는 등 참석한 지역민의 발언이 연이어 쏟아졌다.

시민·환경단체 경력을 밝힌 한 지역민은 “지난 27년 동안 정부는 주민과 일절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새만금 지역개발과 관련해 미리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다양한 제안을 했다”며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산업 또는 한·중 산업협력 단지 조성, 삼성그룹 매각 등 수차례 새만금 지역 개발계획을 밝혔고, 실패 후 지역민에게 일언반구 설명도 없는 등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갑자기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을 추진한다는데 지역민에게 이번에도 ‘희망 고문’ 아닌지 묻고 싶다. 단순히 믿으라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북 의회 활동경력을 가진 한 시민도 부족한 여론수렴 절차를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 비전 선포식 전 비록 공청회나 설명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해 충분히 지역 여론을 수렴했어야 한다. 절차상 정부나 전북, 새만금 개발청이 전북도민과 군산시민들을 아주 무시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라도 당국이 절차상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 당국과 주민이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히 논의한 후 사업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어업조합장 경력을 밝힌 한 주민은 “새만금 지역 주민들은 긴 세월 동안 몸으로 겪은 아픔이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로 경제유발 효과나 장밋빛 전망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미 어민들은 새만금 방조제로 어장 3분의 2를 잃었다. 그나마 남은 바다에 해상풍력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최소한 어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웠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재생에너지사업 개발과정에서 기업보다 지역민 참여를 우선해줄 것과 투자금 조달지원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개발청 관계자는 “사업 개발과정에서 주민수용성과 어족자원 보호, 환경영향평가 등 전반적인 조사를 2020년 5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풍력자원 조사 단계일 뿐 설계 등 초기 개발단계에 들어선 게 아니다”라며 우려를 불식했다. 또 다양한 주민 참여방식과 개발이익 분배 등을 충분히 고려할 예정이며, 주민 투자금조달은 확언할 수 없지만 해법 마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태양광업체를 운영 중인 한 군산시민은 “전북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시 고용만 9만7474명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자본이 투자될 경우, 협력업체 등 다른 지역 기업체가 대거 유입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결국, 기존 현지업체들은 개발이익을 누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개발청 관계자는 “현 태양광 개발과정에서 인허가 절차를 끝내고 짧은 기간 안에 어떤 형태든 지역에 약6조6000억원이란 자금이 투자될 예정이다. 분명 지역경제 부양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참여기업들과 지역 업체 우선 시공 및 기자재 사용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취업준비생은 재생에너지사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발생할지 궁금해했다. 개발청 관계자는 “분명 발전단지 조성만으로 타 제조업 대비 태양광 분야가 지속성 있는 일자리를 만들 순 없다. 하지만 발전단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해 연구·개발(R&D), 생산·서비스를 망라해 우수한 일자리를 만들 기반을 구축해내겠다. 현 조선 및 자동차 제조경기 악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배호열 새만금 개발청 투자전략국장은 “의견수렴 과정에서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고 있다”며 “아직 재생에너지 개발계획에 대해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세부적인 계획은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계획의 실행에 있어 지역민 동의가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모든 계획은 협의를 거쳐야 할 유동적인 내용으로 보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한편 새만금 주민설명회는 27일 군산을 시작으로 김제(11월29일), 부안(12월5일), 전북도(12월12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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