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새만금에서
2018년 12월, 새만금에서
  • 이철우
  • 승인 2018.12.1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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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12월10일)부터 새만금산업단지에 있는 신청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무실 남쪽과 서쪽 전면이 유리창이어서 새만금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남동쪽의 옥녀봉에서부터 군산공항관제탑, 하제포구 뒷산인 화산, 저 멀리 계화도와 변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한참 건설 중인 남북도로 교량의 기둥이 성냥갑처럼 솟아있다. 그 서쪽에 끝없는 벌판과 수면이 이어지고 야미, 신시,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가 꿈처럼 떠있다. 가까이 솔베이와 도레이 공장, 오식도, 군산산업단지가 전경 끝에 자리한다.

 새만금개발청을 현지로 이전한다는 정부방침을 발표한 것이 작년 이맘때였으니까 약 1년 만에 약속을 이행하였다. 세종시나 다른 혁신도시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에 비해 충분치 못한 지원을 감내하면서 묵묵히 따라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보름 정도 남은 2018년, 올해도 꽤 숨가쁘게 달려왔다. 특히 의미 있는 굵직한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새만금개발청사의 현지 이전 역시 그중 하나이다.

 올해 이룬 일 중에서 꼽고 싶은 것은 공공주도 새만금개발을 앞장서서 시행할 새만금개발공사의 설립이다. 공사 설립을 위한 새만금특별법개정안이 3월 국회에서 의결되었고, 9월 하순 공사가 설립되었다. 새만금개발공사의 설립은 새만금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의 장점으로 이야기되는 재원조달의 유연성, 수익의 재투자를 통한 효율성과 사업의 지속성은 물론이고 새만금개발공사의 경우에는 개발의 잠재적 장애요인을 해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 100% 농지조성을 목표로 출발했던 새만금사업이 2008년에 농지 30%, 복합용지 70%로 개발목적을 변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간척지개발에 필수적인 공유수면 매립면허권은 여전히 농림수산식품부에 남겨져 있었다. 복합용지 개발이 활발해질 경우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었다. 이번에 새만금개발공사를 설립하면서 대부분 복합용지에 대한 매립면허권을 현물 출자함으로써 개발권과 매립면허권의 이원화로 인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였다. 2008년의 개발목적 변경을 실질적으로 완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은 10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경제 현장방문 첫 행사에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을 선포한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이행은 세계적 추세이고 태양광과 풍력은 미래의 에너지를 담당할 신성장 산업이다. 2050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50%를 태양광과 풍력이 담당할 전망이며,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이 애플, 구글, BMW 등을 포함하여 이미 150개가 넘는다. 개발이 늦게 이루어질 9.4% 정도의 면적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여 수익을 새만금개발에 재투자하고 연관된 제조기업, 연구기관 등을 함께 유치하면 동북아 경제중심지라는 새만금의 목표 실현을 훨씬 앞당기게 될 것이다. 지역 주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올해의 성과 중에 빠트릴 수 없는 것은 총 20만평의 장기임대용지를 확보하여 혁신기업 유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과 내년 새만금예산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11일 새만금에는 온종일 눈이 내렸고 오늘(13일)은 오전엔 화창하더니 오후에는 비바람이 몰아친다. 멀리 매립지와 수면의 끝이 잿빛 하늘에 닿아있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훈련하는 전투기의 굉음이 하늘에 가득하다. 전에는 조감도와 항공사진을 보며 구상하던 새만금을, 2018년 12월, 지금은 유리창 너머로 직접 보고 있다.

 이철우<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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