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상실의 바다를 기회의 바다로

새만금 해수 유통으로 바다가 살아야, 환(環)황해 경제시대가 열린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9/02/13 15:47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새만금은 회한의 땅이다. 바다를 누비던 어부는 불법어업으로 경비정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갯벌에서 생합을 캐던 아낙은 공공근로를 전전한다. 푸른 바닷물이 드나들던 하구 수질은 6급수, 등급 외에 육박한다. 해수가 부분 유통되는 신시, 가력 배수갑문 앞쪽 수질만이 수질기준 등급인 4등급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펄이 메워지고 어장이 사라진 자리는 미세먼지만 날린다. 부지를 조성할 흙이 모자라 퇴적물 입도가 초미세먼지 크기인 내부 준설토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탄재 650만 톤을 매립토로 반반씩 섞어 사용한다고 하니 미세먼지 발생원을 바닥에 까는 셈이다. 인구도 적고 산업 규모도 작고, 심지어 자동차 등록대수도 적은 전북이 지난 3년(2015~2017) 연속 초미세먼지(PM2.5) 오염 전국 최고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새만금은 상실의 땅이다. 2004년 41만여 마리에 달했던 새만금의 조류는 2017년 1월 기준으로 5만9천여 마리로 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아시아 대양주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는 16만여 마리에서 4천815마리가 관찰되었다. 12년 만에 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바다 생물의 자궁이자 어패류의 산란처인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전라북도 어업생산량은 74% 감소했다. 1990년 생산량이 2015년에도 유지되었다는 전제로 계산했을 때 2015년 한 해만 4천300억원 손실. 1990년부터 누적했을 때 7조5천억원 손실이 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정부 통계상으로만 그렇다. 어업기술향상으로 전남, 충남은 생산량이 약 100%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15조원 가량 손실이다.

■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 민관거버넌스 통해 성공할 수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수년간 조력발전을 통해 해수유통을 확대해 수질 문제를 해결한 후 산업단지와 관광단지를 집중개발 하자는 부분완성형 개발을 주장해왔다. 여기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유치해 미래 가치를 담아내자는 것이 주장의 요지였다. 시기상의 문제지 대부분의 전문가와 행정 관료들까지 해수유통의 불가피함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전북환경운동연합은 4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에 대해 조건부 환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에 대한 효과적 대책인 동시에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기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가 새만금사업의 기존 계획의 한계를 인정하고 향후 20년간 지역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을 통해 방향 전환의 첫걸음을 내 딛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 절차와 과정, 태양광과 풍력발전 시설 입지, 주민수용성 방안, 지속가능성 등 허점이 너무 많다.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잘못된 계획에 대한 성찰이나 한계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없었다는 점이 크게 아쉽다. 일방적인 사업추진이 아니라 인근 주민, 어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거버넌스 기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면 새만금 재생에너지클러스터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정부의 에너지 전환도, 한계에 직면한 새만금사업도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먼저 손봐야할 것은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의 지속가능성이다. 운영 기간을 20년으로 한정한 태양광 시설은 언제든 개발의 여건만 확보되면 그만둘 수도 있는 임시 시설로 볼 수 있다. 새만금 간척지는 지도를 변경시킬 만큼 광활하다. 이 지역에 3기가와트 재생에너지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마치 새만금 재생에너지 부지가 기존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갑자기 나온 계획처럼 말하지만,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의 에너지공급계획을 보면 20제곱킬로미터의 태양광발전단지와 바이오매스생산 시설에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기존 계획에 수상태양광 면적이(18제곱킬로미터) 추가된다고 하는 것이 맞다. 수면을 포함해 이 정도 면적은 항구적인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부지로 확보해야 한다. 관련 산업과 연구시설 등을 유치하고 유지하려면 그만한 시설면적이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주민 참여(도민수익형)와 기업유치형의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에너지를 낚는 어부, 에너지 농사를 짓는 주민, 에너지 협동조합의 주주인 국민 등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은 830개 에너지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덴마크 미델그룬덴 발전단지는 사업 지분의 90%를 주민 및 지역단체에서 소유한다. 전남 영광에서는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회사가 지역에 환원한 지역발전기금을 기반으로 ㈜주민발전을 설립했다. 반대하던 주민들까지 참여해 2메가와트급 주민 태양광 발전소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는 용지조성형, 기업유치형, 도민수익형으로 크게 나뉘는데 현재 사업 비율을 보면 용지조성형은 1기가와트, 기업유치형은 0.5기가와트, 도민수익형은 0.3기가와트로 되어 있다. 도민수익형은 0.3기가와트로 새만금호 내측 총 3기가와트의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외지 건설자본에만 이익이 되는 용지조성형 비중을 줄이고, 기업유치형과 도민수익형의 비중을 늘려야 실제로 전북도민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셋째, 2020년 해수유통 여부를 판가름할 새만금 수질 2단계 종합평가를 고려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수질문제를 개선하고자 1단계(2001~2011)에 1조4천568억원, 2단계(2011~ 2020)에 2조9천502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되었지만 새만금호 수질은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2006년 4월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약속한 새만금 목표수질 달성 시한인 2020년까지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지금이라도 해수유통에 대한 판단을 시작해야 2020년 수질 최종 평가 결과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새만금 플랜B를 수립해야 한다.2011년 완공된 조력발전소를 통해 해수유통을 하고 있는 시화호의 경우, 발전규모는 254메가와트이며, 553기가와트시 발전량으로 50만 가구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새만금 조력발전을 하게 된다면 소용량 방식으로 했을 때 400메가와트 규모, 687기가와트시 발전량이 예상된다. 방조제를 모두 헐어내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겠으나 조력발전을 통한 해수유통은 바다를 회복시키고, 밀물과 썰물이 형성되어 갯벌 회복에도 상당 수준 기여할 것이다.

넷째. 조력발전, 해수유통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상 태양광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해수유통, 수산자원 복원, 도민이익 최대 원칙으로 새만금 재생에너지 계획은 수정 추진되어야 한다. 아직도 새만금 내측에는 800여 척의 배가 조업 중이다. 불법, 무면허라고 강제로 쫓아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방조제 밖에 배 댈 곳도 없다. 다시 보상을 해주는 것은 법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어렵다. 한정면허라도 검토하여 내측 어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현재 수상태양광이 예정된 2·3·4번 부지는 수면 상태로, 해수유통시 어족자원의 산란장이나 갯벌 서식처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을 방수제나 가토제로 에워싸 막는 것은 이러한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파도나 어선 운행으로 인한 태양광시설 훼손이 우려된다면 부력식 구조물을 가장자리에 설치하면 된다. 추가적인 가토제 설치를 중단하고, 기존의 방수제와 동서 및 남북도로에 교량이나 하단 터널을 설치해 물이 유통되도록 만들 것을 요구한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해수유통과 함께 바다를 복원하고, 그에 맞게 새만금 마스터플랜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복원된 바다에서 이루어질 어업·관광업과 상충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부지는 다른 부지로 변경하거나 최소한 후순위로 미뤘다가 2020년 이후에 결정해야 혼선을 피할 수 있다. 수상태양광 2·3번 부지는 이런 점에서 사업 진행을 미뤄야 하며, 특히 2번 부지는 현재에도 새만금 내측에서 어업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므로 이 곳에서 진행하려던 한수원 선도사업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2·3번 부지 대신 방조제 옆 수변 부지와 육상 유휴지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촉구한다.

다섯째, 새만금 풍력발전기는 내, 외측 어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설치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들어 실효성이 큰 방조제에 세우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방조제 위 바람은 초속 6미터에 이를 정도로 풍력발전기를 돌리기에 충분하다. 현재 건설된 방조제는 폭이 평균 290미터, 길이가 29킬로미터다. 여기에 5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를 세운다면 날개 지름 120미터, 기둥 높이 100미터 이상을 감안할 때 발전기 사이의 거리는 약 500~600미터 가량 될 것이다. 따라서 방조제 위에 세울 수 있는 발전기는 100개 이상이다.

관련기사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건설 과정은 물론 관리상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사업 추진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서남해안 해상풍력 추진에 집중해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바다를 잃은 내측 어민들은 수면 자체를 잠식하는 수상 태양광보다는 방조제에 세워지는 풍력발전이 나을 수 있다. 에너지를 낚는 어부로 투자하게 하고 장기적인 이주 대책이나 한시적인 내측 어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설득해야 한다.

여섯째, 도민과 소통하고, 합의를 만들어 내는 민관협의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기대와 달리 에너지계획에 대해 전북도민들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새만금재생에너지 민관협의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전라북도만이 논의하던 새만금사업에 기초지자체와 도민들을 참여시키겠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우리는 이 협의회가 정부와 도민들의 합의 기구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을 바란다. 민관협의기구가 성공하려면 민과 관 사이에 정보와 권한의 비대칭 문제가 해소되어야 하고, 서로 신뢰가 쌓여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