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분 성층화로 인한 빈산소층 형성과 생물 폐사 영역. 빨간색 부분이 데드존(Dead Zone)이다.
염분 성층화로 인한 빈산소층 형성과 생물 폐사 영역. 빨간색 부분이 데드존(Dead Zone)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보고서 내놔
5년간 성층화 현상 추적한 결과,
생물이 살 수 없는 데드존 형성돼
해수유통만이 수질 개선의 해답

4조의 혈세가 들어간 새만금 수질 개선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수질 개선 2단계 용역 결과가 9월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6일, 17년간 새만금의 생태 변화를 관측해 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2016년부터 5년간 새만금호에서 벌어진 수질 변화와 이에 따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조사단의 보고서는 그간 정부의 수질 개선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생물이 살 수 없는 데드존(Dead Zone)이 폭넓게 형성되면서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해수유통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한마디로 정부의 수질 개선 사업은 실패했으며 새만금호는 생물도 사람도 이용하지 못하는 썩은 물이라는 것이다.
보고서 따르면 수질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성층 현상을 꼽고 있다.
성층 현상은 산소가 녹아 있어 생물이 살 수 있는 표층수와 용존산소량이 줄어 생물이 폐사하는 빈산소층, 바닥층에 가까운 무산소층으로 나뉘는 것을 말한다. 새만금호에서 발생하는 성층화는 염분의 영향이 커서 ‘염분 성층화’라 칭한다. 민물에 가까운 표층수와 염분이 많아 무거운 저층의 물이 섞이지 않고 저층은 산소가 고갈됨에 따라 계속 썩어 생물의 대량 폐사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새만금 수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2016~2020년 새만금호 수질 조사 결과 그래프.  약 3m 아래로는 용존산소량이 5mg/l 이하로 떨어져 생물이 살 수 없는 층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6~2020년 새만금호 수질 조사 결과 그래프. 약 3m 아래로는 용존산소량이 5mg/l 이하로 떨어져 생물이 살 수 없는 층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그동안 새만금호의 ‘염분 성층화’는 봄~가을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 결과 2018년 1월만 제외하고는 매번 일어났으며 2019년 4월에도 염분 성층화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기록했다. 이같이 염분 성층화가 겨울에도 지속되다면 썩는 기간도 길어지게 되므로 새만금호의 수질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자연히 새만금의 수질은 갈수록 더 나빠질 것이 뻔하다고 조사단은 판단했다. 
더군다나 새만금호는 평균 수위를 방조제 밖 바다보다 1.6m 낮게 관리하고 있어 30km가 넘는 제방 아래로 들어오는 해수를 완벽히 막아낼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담수화는 더욱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생태적 순환을 무시한 대규모 간척사업의 공학적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매립을 위한 새만금호 바닥 준설이 성층화를 촉진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몰고 있는 주범으로 평가했다. 방조제 안쪽 바닥을 깊이 파면서 성층화 영역이 넓어지고 이는 수질악화로 이어진다. 염분에 의한 성층화와 저층수 수질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내부 준설을 지속한다면 정부의 수질 개선 목표 달성은 더 요원해질 뿐이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해수유통만이 죽음의 호수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인 바다와 민물에서는 표층과 저층의 밀도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온도에 의한 성층화가 일시적으로 일어나지만, 새만금호에서 일어나는 염분에 의한 성층화는 그보다 훨씬 강력하게 층을 형성하게 된다. 새만금호와 같이 수심이 깊고 넓은 곳에서는 염분 성층화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결국, 해수유통이라는 자연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많은 나라가 연안을 막지 않는 것은 공학적으로 염분에 의한 성층화를 막을 길이 없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도 실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그간 벌려온 수질 개선 사업의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송하진 전라북도지사는 더 많은 국가 예산을 확보해 새만금호 담수화와 수질 개선을 계속해야 추진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계가 분명한 사업에 또다시 돈과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염분 성층화로 인한 대량 폐사와 바닥층 부패 문제를 해결해야 새만금호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 텐데, 염분 성층화를 완벽히 막아 새만금호를 맑은 담수호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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