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제대로 된다
새만금, 제대로 된다
  • 이철우
  • 승인 2018.08.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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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사업을 흔히 ‘최대의 국책사업’ 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부른다. 새만금에 대한 기대와 염원이 녹아 있는 표현이다. 반면에 ‘애물단지’ 또는 ‘계륵’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새만금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새만금 사업은 시작한 지 30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립 진도는 36%에 불과하다. 도로, 항만 등 기반시설도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마디로, 최근까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가끔 만나는 고향친구들은 나에게 “우리 생전에 새만금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라고 허탈하게 묻곤 한다.

 새만금 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이해관계자들의 합의 부족, 국가 지원 미흡, 불리한 입지여건 등 복합적이다.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일부 환경단체와 지역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0년 준공되기까지 19년이나 걸렸다. 또한, 2017년까지 국비 투입액은 5.4조 원으로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민자로 계획된 관광레저용지와 국제협력용지 등은 열악한 입지여건을 우려한 투자기피로 매립과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 환경이 일변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된 대로 용지를 공공주도로 매립하기 위해 새만금개발공사 설립을 앞두고 있고, 선도사업인 국제협력용지 개발사업(6.6㎢)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며, 2023 세계잼버리대회 부지(8.8㎢)는 2020년 상반기 착수를 위해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사전 절차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해 새만금 사업 예산이 약 9천억 원이 확보되어 내부간선도로, 새만금고속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산업과 관광에 대한 투자 유치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새만금 개발과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함에 있어서 새만금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강점은 광대함이다. 409㎢, 여의도의 140배나 되는 광활함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광활한 용지는 육·해·공에 걸친 신교통수단의 실험과 인증, 제조, 교육·훈련, 정비에 최적의 요건이다. 또한, 대규모 복합리조트, 대형 위락시설, 승마 등 체험형 관광산업에도 유리하다. 새만금이 갖는 광대함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만금 사업 전체를 놓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산업과 관광시설을 배치하는 노력을 견지해야 하고, 소지역주의적 주장은 자제해야 한다.

 두 번째 강점은 새롭게 조성하는 지역으로서 개발사업자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지정학적 또는 지역의 경제여건상 지니는 강점들이다. 우선 상해, 연태, 청도 등 중국 동해안의 주요 도시들과 근거리에 위치해 한중 FTA를 활용하면 중국 시장을 목표로 하는 전진기지로 새만금만큼 좋은 곳이 드물다. 또한, 인접한 곡창지대, 전주의 농생명산업 연구 인프라, 익산 식품클러스터 등과 넓은 새만금 농생명용지를 연계해 농생명산업, 식품산업을 대표 산업으로 육성할 수도 있다. 더불어, 새만금은 세계 최장의 방조제 바깥쪽으로 펼쳐진 눈부신 바다와 선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군산군도 등 천혜의 관광자원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역점 정책을 최대한 이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적극 협조하면서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새만금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관심과 애정을 접어서는 안 된다. 전설적인 종군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는 “만약 너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희망이 될 새만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가까이 다가가자. 새만금은 우리 생전에 제대로 될 수 있다.

 이철우<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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