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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물만 넘실대던 새만금…드디어 `글로벌 레저단지` 시동

정순우 기자
입력 : 
2018-09-11 17:43:46
수정 : 
2018-09-12 06: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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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 중심부 `신시·야미지구` 첫 민간사업자 지정
개발주체 새만금관광레저(주)
"내년 7월께 마스터플랜 발표"
여의도 3분의2 땅에 `10년大計`
두바이 인공섬 콘셉트로 개발
◆ 새만금 첫 민간개발사업 ◆

사진설명
지난 8일 찾은 전북 새만금 간척지 내 신시·야미지구 초입에서 바라본 사업지는 여느 해안가 황무지와 별 차이 없었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부는 허허벌판에 임시 캠핑촌임을 알리는 관리사무소만 덩그러니 있었다. 하지만 이 땅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토지다. 2010년 4월 매립이 마무리됐고 우여곡절 끝에 최근 개발사업자까지 확정됐다. 향후 대지보강, 상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 공사를 거쳐 한국을 대표할 레저·관광지로 변신할 예정이다. 인근 주민은 "신시·야미지구 옆 고군산군도로 가는 육로가 뚫린 데다 오랜 기간 지지부진하던 개발사업이 본격화한다는 소식에 최근 자동차 통행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간척지 맞은편에 있는 민간 소유 토지는 이미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30년을 끌어온 새만금 간척지 개발사업에서 본격적인 첫 사업이 시작된다. 해수면을 인공 매립해 조성한 새만금 방조제 중심부에 민간 주도로 여의도 3분의 2 면적으로 관광·레저·숙박 등이 복합된 대규모 휴양타운이 조성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주메이라 해안에 있는 '팜 주메이라' 인공섬과 닮은꼴인 랜드마크급 휴양단지 프로젝트다. 최근 GM 군산자동차 공장 폐쇄와 조선산업 추락으로 쇠락하고 있는 전북 지역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중국으로 통하는 관광·물류거점을 만든다는 '새만금의 꿈'이 오랜 기다림 끝에 영글기 시작한 것이다.

새만금 신시·야미 관광레저용지 개발사업 주체인 새만금관광레저(주)는 지난달 토지 소유주인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어촌공사와 토지 매각 및 임대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내년 7월까지 개발계획 밑그림(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만금관광레저 주요 출자자는 디벨로퍼 보성산업과 계열 건설사인 한양이다.

사진설명
개발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새만금개발청은 빠른 사업을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개발계획에 큰 문제만 없다면 어렵지 않게 승인될 전망이다. 개발계획 승인 후 보다 구체적인 실시계획이 수립되고, 실시계획까지 승인되면 필요한 행정 절차는 완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방대한 프로젝트이므로 새만금관광레저는 용지 및 기반시설 조성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2023년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작업이 마무리돼야 테마파크, 호텔·리조트, 골프장, 상업시설 등 본격적인 시설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새만금관광레저는 신시·야미 프로젝트 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있다.

신시·야미지구는 새만금 5대 선도사업의 핵심 시설로 새만금 방조제 중심부인 신시도와 야미도를 잇는 193만㎡ 간척지에 숙박, 관광, 휴양, 오락, 상업시설이 차례로 들어서게 된다. 서울 여의도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새만금관광레저는 일부는 매입하고 나머지는 50년간 임차(1회 연장)하는 형태로 사업 용지를 확보했다. 총사업비는 외부투자 유치 금액을 포함해 3613억원으로 계획돼 있다.

새만금관광레저는 신시·야미지구를 △빛의 마을 △항구의 마을 △바다의 언덕 △치유의 마을 △초원의 마을 △호수의 마을 △향유의 마을 등 7개 테마공간으로 조성하고 공간별로 특색 있는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간척지 중심부 녹지를 활용해 조성하는 초원의 마을에는 대규모 골프장이 계획돼 있으며, 항구의 마을에는 높이 115m, 직경 100m짜리 국내 최대 규모 대관람차 '새만금 비스타'를 설치해 랜드마크 시설로 키울 방침이다. 호수의 마을에서는 요트·크루즈 등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으며, 향유의 마을은 기업 연수시설로 꾸민다.

인근에 위치한 고군산군도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고군산군도는 기존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였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신시·야미지구에서 고군산군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완공됐고 이제는 익산역에서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익산역까지 기차로 이동한 후 렌터카를 이용하면 전체 이동시간이 2시간 안팎이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고군산군도를 찾는 방문객이 급증했다는 것이 인근 자영업자들의 전언이다.

새만금관광레저는 늘어날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숙박시설을 계획 중이다. 덴마크 소재 컨테이너형 호텔 브랜드인 '포시텔팝업호텔'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2월에는 글로벌 인공호수·해변 개발 글로벌기업 '크리스털라군'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개발사 관계자는 "크리스털라군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세계적인 관광지를 비롯해 이집트, 요르단, 태국, 페루 등 60여 지역에 인공해변을 건설한 디벨로퍼"라며 "신시·야미 개발을 글로벌급 개발 프로젝트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좌초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함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새만금 개발사업은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이후 4년여 만인 1991년 방조제 건설 첫 삽을 뜨며 출발했지만 온갖 법적 다툼과 환경파괴 논쟁, 정권 교체에 따른 개발계획 수정 등을 거치며 누더기가 됐다.

개발 15년 만인 2006년에야 겨우 '뼈대'인 방조제 건설을 마무리했지만 이후 또다시 표류한 탓에 '살 붙이기'인 바다 메우기 작업은 지난해 말 기준 계획면적의 12% 정도만 진척됐다. 간척사업인데 사업지 대부분에서 아직 물도 빼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된 건축물이라고는 산업단지에 입주한 4개 기업 공장 정도다.

김한기 보성산업 대표는 "사업자 지정 및 토지공급 계약까지 마무리하며 신시·야미지구 개발계획 수립 및 투자자 유치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전문 디벨로퍼와 건설사가 가진 노하우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만드는 동시에 새만금 개발사업의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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